[스포츠]어떻게 해서 아스날 팬이 되셨나요?
게임농구 작성일 05-21 조회 44
루이스 던포드의 The Angel a.k.a North London Forever. 몇 년 전부터 홈경기 시작 전에 이 곡의 후렴 부분을 제창하고 있습니다
원래 아스날을 위해 만든 곡은 아닌데 (물론 가수가 북런던 토박이고 아스날 팬인긴 함)
아르테타가 우연히 듣고 이거클럽 앤섬으로 쓰면 사기 진작에 딱이라고 생각해서 직접 전화해서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랜 아스날 팬으로 기분 좋은 넋두리나 한번 올려봅니다.
문자 그대로 [자고 일어났더니 우승]을 해버렸네요.
사실 어제 자기 전에, 쫄깃하더라도 경기를 하고 곧바로 우승의 기쁨을 누려야 맛이 있을지도 라고 생각하며
꼭 맨시티의 드롭을 간절히 바란건 아니었습니다.
젊은 시절 같았으면 어제 아스날 경기도, 오늘 맨시티 경기도 다 챙겨봤겠지만 한번 싸이클 무너지면 회복이 힘들어서 그렇게는 못 하겠더군요.
회사 일이 쿨하게 연차 같은 걸 쓸 상황도 아니라 이틀 다 그냥 잘 잤습니다.
월요일 밤에는 아스날이 비기는 꿈을 꿔서 식겁했는데 일어났더니 이겼더군요.
오늘은 아침 6시에 어쩌다 잠깐 깨버렸는데 핸드폰을 보니 맨시티가 비겼네요.
잠결에 아 우승했네? 하고 다시 자버렸습니다. 크크
무패우승 시즌에는 고2였는데, 그땐 한국에서 중계를 안 해주니 다들 해외 불법 스트리밍 프로그램을 통해서 해외 방송사 중계를 봤었죠.
토튼햄이랑 2:2로 비기면서 우승한 경기도 그렇게 봤었습니다.
그 뒤로 박지성 때문에 EPL 중계 시작하고 (비록 아스날 경기는 거의 안 해줬지만) 수많은 방송사와 인터넷 방송을 거쳐 간 뒤에
쿠팡이 축구 중계를 하는 시대가 되어서야 리그 우승을 하네요.
10대에서 20대까지는 하이버리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트위터에서 하이버리 시절부터 팔로우하던 팬들이 하는 얘기 위주로만 보는 편입니다.
커뮤니티 활동을 열정적으로 할 에너지가 있던 시절이라면 더 컨텍스트를 많이 알았을 것이고 떠들말이 많았겠지만
40대가 되어서 이젠 무언가를 막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시기가 조금은 지났다는 걸 우승하니 실감이 납니다.
2024년 상반기에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도보로 갈 수 있는 집에 거주하면서 직관도 세 번 하면서 잠깐 광팬모드로 바뀌었는데
한국 오고 생업에 바빠지니 역시 매번 경기 보거나 팀 뉴스나 리뷰 챙겨보기는 힘들고..
그래서 분명 엄청나게 기다려온 순간이고 좋은데, 이게 왜 미친 듯이 벅차지는 않는 거지? 그런 생각은 듭니다.
위에 말한 여러 복합적인 이유 때문일 것이겠죠. 아니면 아직 챔스 결승이 남아서?
[그나저나 아스날 팬들은 어떻게 해서 아스날 팬이 되셨나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스날이 A로 시작하니 게임을 하면서 접했다고들 합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해축을 봤고, 챔피언십 매니저(지금의 FM)을 하면서 A라 아스날을 골랐는데
앙리, 베르캄프 등 유명한 선수가 많아서 시작했습니다.
02-03은 아스날이 디펜딩 챔피언이라 최강팀인 줄 알았고, 실제로 그 해에 FA컵 우승, 다음에 리그 무패우승, 그 다음에 다시 FA컵 우승을 했지만 리그를 이렇게 오랫동안 우승 못 할 줄 아무도 몰랐겠죠.
사실 암흑기로 들어간 이후로는 리그 우승에 대한 생각을 놓았습니다.
어차피 10년을 못 했는데 조금 늦게 한들 무슨 차이가 있겠으며, 프리미어리그 수준이 더 이상 깜짝 우승이 가능한 레벨도 아니고
어차피 시즌 시작 전에 이미 우승 못 할 게 뻔히 보인 시즌이 대부분이었고요.
그러다 우승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건 아르테타의 열정 때문이었습니다.
팀 주장 출신이 무너진 팀 감독으로 돌아와서 서로 믿고 인내하며 강팀으로 재건하고 우승시키는 낭만 서사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거고,
게다가 원래 아스날이 벵거 시절부터 낭만 같은 거 좀 찾던 팀이잖아요.
무링요 안첼로티 클롭 같은 감독 데려와서 우승하는 거는 어차피 우리 성정에 맞지 않는 것이고,
아르테타 체제로 어찌어찌 2위 전력까지 끌어올렸는데 우승을 못 찍으면 그건 스포츠적으로 너무 아까운 시나리오죠.
무엇보다 그게 참 좋습니다. 스포츠 팬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낭만을 우리 팀이 이뤄내서.
이러다 챔스도 지고 리그도 귀신같이 20년간 우승 못 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거 본 것만으로도 이미 기쁩니다.
아 근데 이렇게 글을 다 쓰고 나니 이제서야 우승이 많이 벅차고 와닿네요. 역시 커뮤니티 스타일인가 봅니다. 크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