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그놈의 기본기 타령
동수 작성일 06-22 조회 236
속칭 전문가만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떠드는게 일본축구 보며 기본기가 좋다, 한국축구는 기본기가 딸려서 안된다는 건데 이건 지독하게 게으르고 멍청하며, 한국 축구에 해악을 끼치는 분석입니다.
당장 히딩크 이전의 한국축구를 생각해보죠. 당시 전문가란 사람들이 한국축구의 장점으로 체력과 정신력을, 문제점으로 기술 부족, 플레이메이커 부재 같은 소릴 했는데 정작 히딩크가 와서 내린 진단은 전혀 달랐습니다. 기술은 충분한데 체력과 파워, 정신력이 떨어진다는 거였죠. 그리고 히딩크가 발탁한 선수들도 뭐 아예 대표팀에는 발탁도 안되던 선수들이 아니었습니다. 황선홍이나 홍명보처럼 부상있는거 아닌 이상 무조건 선발급은 아니라도 최소한 A대표팀이나 연령별 대표팀 찍먹은 해봤던, 대표팀 풀에 들어있던 선수들이었어요.
근데 히딩크는 그 선수들 가지고 월드컵 본선 1승도 못하던 팀을 월드컵 4강까지 올려놨습니다.
기술이 문제라면서요? 대표선수가 트래핑도 제대로 못한다 까대던 그 전문가들이 수십년을 해도 안되던 본선 1승이 2001년 1월부터 2002년 6월까지, 히딩크 1년 반만에 되던데요?
문제는 기본기가 아니라 당시 세계축구계의 전략, 전술을 따라가지 못하던 거였죠. 히딩크가 이식한 건 구시대적인 리베로 시스템에 기반한 "해줘" 빌드업이 아니라 빌드업 리더 홍명보를 축으로 중미, 윙백이 쿵짝쿵짝하며 공을 전진시키는 팀 차원의 빌드업 체계였고, 압박과 그 압박, 집중력을 경기 중에 지속할 체력, 경합 상황에서 이겨낼 파워였습니다.
사실 히딩크까지 갈 것도 없는게 그 기본기 좋다던 일본 선수들이 뛰는 J리그에서 홍명보, 고정운, 유상철, 최용수, 노정윤 같은 한국선수들이 활약한거 생각하면 당시 전문가들의 기본기 타령이 얼마나 공허한 이야기인지는 뭐 더 말할 것도 없는거구요
그냥 잘하는 팀을 보고 이 팀이 어떤 전략으로 경기에 임하는지, 상대가 공을 탈취하기 위해 압박이 들어올 때 어떻게 공을 돌려서 전개하는지, 드리블러를 위해 드리블 치고 들어갈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주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분석도 없이 "와 원터치 패스 죽이네 왜 한국은 한명을 못제끼냐" 이 정도만 보니까 결국 결론은 한국 선수들 기본기가 부족하다로 끝나고 맙니다.
K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경기 보시는 분은 알겁니다. 이미 한국축구는 세계축구의 트랜드에서 벗어난지 꽤 됐습니다. 생각없이 롱볼 갈기고 보던 PL하위권 팀들마저 무지성으로 롱볼 갈기는게 아니라 조직적인 1차 압박으로 최대한 상대 빌드업 방해하고 볼 탈취해서 그 지점에서 숏카운터 치고 여의치 않으면 물려서 뒷빵 노리는 운영이 보편화 됐는데 K리그는 리그에서 돈 많이 쓴다는 팀들 마저 어떻게 공을 전개하겠다는 명확한 계획 없이 걍 선수들 알아서 해주쇼 수준의 팀들이 즐비합니다.
이러니 공 잡으면 일단 주변 한번 둘러보고 두번 세번 터치 한 다음 공 나가는게 일상이고 볼 방출이 늦으니 상대팀은 진작에 자리잡고 수비할 준비 다 끝낸 상태죠
상대 볼 탈취할 때도 마찬가지인게 상대가 뒤쪽에서 1차 빌드업 할때 누가 어디까지 압박을 하고 누가 패스길을 차단하고 거기서 상대가 벗어나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하고 이런 체계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팀이 거의 없어요. 걍 공 있는 곳으로 우우 뛰어가는 의미없는 스프린트 반복하니까 경기 후반부 가기도 전에 체력 빠져서 압박 강도 낮아지고 집중력 날아가고 끝.
팀의 기조가 있고, 거기에 따른 전략이 있고, 이 전략을 기반으로 각각의 국면에 대처할 전술이 있어야 거기에 적합한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판단이 서고 선수를 육성하고 발탁 할건데 한국축구는 이 부분이 극히 취약합니다.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그냥 눈에 보이는 그 현상만 보고 원인을 진단하니 자꾸 틀린 답을 내놓고 틀린 답을 가지고 만지작 거리니까 해결이 되는게 없고 계속 같은 현상이 반복됩니다.
한국축구 선수들의 기본기가 약한게 아닙니다.
"팀"을 만들기 위한 기조와 전략, 전술이 약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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