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오늘 한화경기 직관. 개빡치네요.

소띠시대        작성일 04-15        조회 167     

오늘 자녀 셋을 데리고 야구장에 다녀왔습니다. 네, 그 역사적인 현장에 저희 가족 다섯 명이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분위기 정말 좋았습니다. 애들은 아침부터 들떠서 한화 유니폼 챙기고 모자 쓰고, 오늘은 꼭 이길 것 같다며 재잘거리는 모습에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죠. 출발 전에는 호기롭게 약속도 했습니다.

"오늘 혹시 지면, 아빠가 다음에 한 번 더 데려올게!"라고요. 그때의 제 입을 때리고 싶네요.

경기는 6회까지는 그럭저럭 굴러갔습니다. 삼성에 만루 찬스가 두어 번 있었지만, 용케도 꾸역꾸역 막아내더군요. 이때까지만 해도 어? 오늘은 좀 다르나? 하는 희망 고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도 신나서 응원하고, 가족들과 함께 6회까지는 정말 즐겁게 봤습니다.

그런데 7회부터 슬슬 그 팀의 본색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원래 계산은 7회까지 불펜으로 어찌저찌 버티고, 8회 정우주(혹은 조동욱), 9회 김서현으로 닫는 거였겠죠. 그런데 7회에 벌써 정우주가 급한 불을 끄러 올라오더니, 8회에 조동욱을 굳이 김서현으로 바꾸는 시점에서 경기가 터졌습니다.

보는 내내 "왜?"라는 의문만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김서현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그놈의 믿음의 야구는 결국 최악의 참사로 돌아왔습니다. 삼성 응원석은 축제 분위기로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데, 홈 관중석에서는 여기저기서 육두문자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그 옆에서 우리 애들은... 참 가관이었습니다. 4시간 동안 인생의 희노애락을 압축해서 경험하더군요.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애들을 보고 있자니,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싶었습니다. 애들한테 야구는 즐거운 놀이여야 하는데, 이건 뭐 거의 고행에 가까운 수준이었으니까요.

경기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이겼어도 찝찝했을 경기인데, 이렇게 기록적으로 처참하게 무너지니 내가 굳이 이 역사적인 현장에 증인이 되어야 했나 하는 더러운 기분만 남았습니다.

더 큰 고민은 이제부터입니다. "지면 한 번 더 오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할까요? 이 고통을 애들에게 또 겪게 하는 게 부모로서 맞는 선택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설레하며 유니폼을 챙기던 아이들의 뒷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더 허무하네요.

오늘 직관하신 한화 팬분들, 다들 살아 계신가요? 진짜 보살도 이런 보살이 없습니다. 하아... 당분간 야구 근처에도 가기 싫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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