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당연한 욕심, ‘5선발’을 찾아라

카멜        작성일 12-29        조회 4,950     

2016년 KBO리그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는 ‘판타스틱4’였다. 두산 베어스의 압도적인 통합 우승을 이끈 4명의 선발 투수는 말 그대로 리그를 지배했다. 다른 팀들이 이구동성으로 부러워하는 두산의 선발진이지만,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다. 2017시즌엔 ‘5선발’을 꼭 찾아 완벽한 선발진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두산의 당연한 욕심이다.



올해 144경기라는 장기 레이스에서 두산의 최대 강점은 단연 선발진의 힘이었다. 더스틴 니퍼트(21승), 마이클 보우덴(18승), 장원준(15승), 유희관(15승)의 ‘판타스틱4’ 선발진은 시즌 내내 두산이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원동력이 됐다.



‘판타스틱4’가 남긴 기록은 역사에 남았다. 두산은 올 시즌 팀 선발 75승으로 2000년 현대가 기록했던 단일 시즌 선발 최다승 기록(74승)을 넘어섰다. 역대 최초로 15승 이상 선발 투수 4명을 보유한 팀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각자 다른 스타일인 4명의 선발 투수가 크게 아프지 않고 로테이션을 지켜준 게 정규시즌에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퍼펙트 우승을 거둔 한국시리즈도 ‘판타스틱4’를 위한 무대였다. 1차전 더스틴 니퍼트(8이닝 무실점)/2차전 장원준(8.2이닝 1실점)/3차전 마이클 보우덴(8.2이닝 무실점)/4차전 유희관(5이닝 무실점)이 차례대로 NC 타선을 침묵에 빠뜨렸다.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4명의 두산 선발이 내준 실점은 단 한 점이었다. 종전 한국 시리즈 전체 팀 최소 실점 기록은 2005년 삼성의 5실점이었다.



완벽했던 두산에 남은 고민 하나 ‘5선발’





판타스틱4를 넘어선 판타스틱5를 만들고픈 두산이다(사진=두산)



김 감독은 이런 ‘판타스틱4’의 맹활약에 큰 만족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5선발을 향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 감독은 “올해는 선발 4명이 잘 던져줬지만, 내년엔 꼭 5선발을 만들어 빈틈없는 선발진을 구축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더욱더 완벽한 팀을 만들고 싶은 김 감독의 욕심은 당연하다.



올해 두산의 5선발로 제대로 기회를 받은 투수는 허준혁과 안규영이다. 허준혁은 올 시즌 15경기(70.1이닝)에 선발 등판해 4승 7패 평균자책 6.14 QS(퀄리티 스타트) 4회를 기록했다. 안규영은 올 시즌 9경기(34이닝)에 선발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 6.35 QS 1회를 올렸다.



가장 많은 기대를 받았던 허준혁은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5시즌 16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 3.57로 깜짝 활약했지만, 올해 불안한 제구력이 결국 허준혁의 발목을 잡았다. 후반기에서 많은 선발 기회를 받은 안규영도 시즌 첫 선발 등판을 제외하곤 단 한 번도 5이닝을 다 채우지 못했다.



올해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5선발이 없기에 경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일찌감치 경쟁에서 제외된 후보들이 있다. 허준혁은 올 시즌을 마치고 상무야구단에 입대했다. 시즌 막판 마무리로 활약한 이용찬은 11월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고 약 6개월의 재활 기간을 가진다. 실전 적응까지 고려하면 이용찬의 복귀 시점은 더욱 늦어질 수 있다.



두산의 5선발 경쟁은 ‘춘추전국시대’





2016년 선발 기회를 많이 받은 안규영은 2017년에도 유력한 5선발 후보다(사진=두산)



2017시즌 5선발이 유력했던 허준혁과 이용찬이 빠지면서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졌다. 후보들이 모두 비슷한 출발선에서 서 있는 모양새다. 먼저 허준혁을 제외하고 올해 가장 많은 선발 기회를 받은 안규영이 눈에 띈다. 하지만, 안규영은 올 시즌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서 평균 3.8이닝 소화에 그쳤다. 5선발 경쟁을 위해선 결정구로 쓰는 포크볼과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좀 더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올해 부진에 허덕였던 좌완 이현호도 5선발 후보 중 한 명이다. 이현호는 올 시즌 팔각도를 내리는 투구 자세로 변화를 줬다. 하지만, 이현호는 올 시즌 41경기에 등판해 2패 평균자책 7.09 WHIP 1.77로 부진했다. 구위와 제구에서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던 이현호였다. 다음 해 스프링캠프에서 다시 해법을 찾아야 할 이현호의 처지다.



프로 2년 차가 될 우완 유망주 이영하에게도 기대를 걸 수 있다. 이영하는 2016년 신인 1차 지명 출신으로 150km/h가 넘는 강속구가 좋은 즉시 전력감 투수로 평가받았다. 계약금 3억 5,000만 원은 두산이 이영하를 향한 기대감을 잘 드러낸 숫자다. 하지만, 이영하는 고교 시절 많은 투구로 2016년 1월 팔꿈치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다. 재활 속도에 따라 이영하를 1군 마운드에서 볼 수 있는 날이 결정될 전망이다.



사이드암 투수인 고봉재가 깜짝 선발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김 감독은 5선발로 사이드암 투수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친 적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선발진이 우완 2명, 좌완 2명, 사이드암 1명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된다. 고봉재는 올 시즌 25경기에 등판해 3승 평균자책점 6.17로 가능성을 보였다. 두산에 새로 합류한 조웅천 코치가 가장 기대하는 투수로 꼽은 선수기도 하다.



말 그대로 두산의 5선발 경쟁 구도는 춘추전국시대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동안 한 발짝 치고 나오는 투수가 먼저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판타스틱4와 나란히 할 수 있는 5선발이 나온다면 두산의 앞문은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정도로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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