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앤트맨이 저렇게 날아다니는 건 계산 범위 밖으로 튀어나간 일이지만 생길 수도 있을만한 일입니다. 항상 정규시즌보다 플레이오프에서 볼륨과 효율이 더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준 앤트맨이니깐요.
지난 20여년간의 미네소타를 지켜봐온 제게 지금 제일 신기한 선수는 칼-앤써니 타운스입니다. 성적도 구린 팀이 드랩 운은 또 어찌나 구린지 가넷 나가고 10년을 박으면서 처음으로 뽑아본 1픽이 타운스라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도 여전히 마냥 밉기만 한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괜히 버틀러 나갈 때 이야기 나오면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것도 괜한 이유가 아닙니다. 마침 그 이후 저연차 시절 팁한테 갈린 댓가를 치르며 정확히 성장이 멈춘 느낌을 넘어 퇴보하는 느낌마저 준 것과 별개로 당시 타운스에게 쓰여진 잘못된 프레임, 코로나 시국을 통과하며 개인에게 이렇게까지 몰빵되어도 되나 싶던 시련들을 생각하면 답답할 땐 욕하더라도 선수 자체는 밉지 않았습니다. 뭐 가끔 다음시즌부터 받아갈 슈퍼 맥스 샐러리를 떠올리면 뭐라고 해도 길게 안 간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타운스는 전형적으로 애가 농구력이 떨어져서 그렇지 성실하고 착한 선수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1라운드때 버스 안 뒤집고 얌전히 타면서 가끔 앤트가 정줄 놓으려고 할 때마다 수습해주는 모습 보면서 그래 붕어야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라며 뿌듯했는데... 2라운드 1차전도 앤트가 잠시 잠잠했던 3쿼터 콘리와 함께 앤트가 배터리 채울 시간 벌어주면서 잘 버틴걸 보며 붕어야 기대보다 더 잘한다!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고베어가 출산 휴가로 경기 출장 여부가 불투명할 때 미네소타팬들 대부분 이런 생각을 했을겁니다. 와 1차전 잡은거 개꿀! 물론 전 이러면서 고베어 비행기 탔다 소리 레딧에서 보자마자 열심히 비행기 추적했습니다만...여튼 고베어 결장이 확정된 순간 한 번 더 외쳤죠. 원정 1승 1패면 오케이
그렇게 시작된 2차전 미네소타는 고베어가 없을 때를 대비한 수비 스킴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공격할 때는 요키치 불러내서 수비에도 힘쓰게하고 수비할 때는 활동량과 터프함을 기반으로 한 기습적인 블리츠였습니다.
잘 먹혔고 계속 쓰면 덴버가 대응하기 힘들 것 같긴 합니다만 자주 쓸 스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렇게 계속 수비하면 퍼러미터 수비수들 다 죽어나갈테니깐요.
게다가 저렇게까지 안 해도 수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유닛은 오늘 출산 휴가를 갔으니 굳이 무리해가며 48분 내내 쓸 필요는 없죠.
그리고 이 전략의 핵심이었던 요키치에게 수비를 강제하는 역할은 애증의 칼-앤써니 타운스가 선봉장을 맡았습니다.
요키치를 수비에서 아껴야하는 덴버도 최선을 다해서 스위치를 해가며 대응했는데 그 스위치의 댓가로 타운스에게 고효율을 선사할 수 밖에 없었죠.
고베어의 출산을 축하하기 위해 원투펀치가 27점씩 올렸다고 합니다.(아님)
본인의 약점을 지워주던 파트너가 경사 때문에 결장했을 때 타운스는 미네소타팬들이 루키시절 본인에게 기대했던 경기를 해냈습니다.
쓸데 없는 파울 안 하고, 골밑 잘 지켜주면서 공격은 유니콘처럼 해주는 빅
최근 입문하신 분들은 쉽게 상상이 안 되시겠지만 놀랍게도 타운스의 1,2년차는 저걸 기대하게할만한 포텐셜을 보여줬습니다.
괜히 만장일치 신인왕 따낸거 아니였죠.
물론 드랩전 평이랑 반대로 공격에 무게 중심이 쏠리긴 했지만요.
오늘 경기를 보면서 타운스의 지난 몇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여전히 라이트한 팬들에게는 워크에식 별로인 겜돌이 이미지가 크겠지만 미네소타팬들이 봐온 타운스는 (연봉만 빼면) 좋은 선수, 좋은 사람이거든요.
초창기 기대치처럼 역대급 선수가 되는건 이제 힘들겠지만 말이죠.
지난 몇년간 그에게 덮쳐던 수많은 시련들과 드래프트 전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앤트의 재능의 크기는 그를 더 성숙하게 해줬습니다.
앤트의 재능을 느끼자마자 타운스는 자신이 겪었던 실패를 앤트가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습니다.
사실 타운스 정도 실적 남긴 선수가 저렇게 군말없이 에이스 자리 내놓고 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타운스는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고 기꺼이 그럽니다.
이미 지난시즌부터 앤트가 활약만 하면 얘가 리그의 얼굴이 될 거다라고 말하고 다녔고 실제로 플레이에서도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앤트를 도와주려고 최선을 다 하는게 느껴졌죠.
물론 앤트도 타운스의 이 헌신에 충분히 보답했습니다.
매시즌 새로운 스킬을 달고 왔고-이번 시즌엔 지금 플옵에서 히트치고 있는 미드레인지 게임-, 지난 시즌 플옵때 스윕 위기에 몰렸을 때도 직접 찾아가 타운스 복돋아주기도 했고 이번 시즌 막판 팀의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다소 의역)아 타운스형이 필요해ㅠㅠ라며 재활하고 있는 타운스의 기도 살려줬죠.
그리고 오늘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타운스를 향한 (다소 의역)야 스찌 벗어난 소감 어떠냐?라는 질문을 가로채 (많이 의역)우리 형 그런 적 없고 수비 개잘해왔음 음해 노노를 시전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정석적인 답변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하는 우린 방심하지 않는다를 꺼내들며 팬들의 뽕을 채워줬습니다.
어쨌든 앤트가 잘하는 것도 지난 과거를 생각했을 때 너무나도 가슴을 뜨겁게 해주는 일이지만,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에서의 타운스의 활약은 뭐랄까요...
이 빌어먹을 프랜차이즈의 운명을 바꿔줄거라 믿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1픽이 그 시절 기대와는 다소 다른 그림이지만 운명을 바꾸는데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제가 그저 나이를 더 먹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붕어의 대활약은 뭔가 더 울림이 큽니다.
로터리에서 1픽 걸렸을 때 환호하던 프랜차이즈 핀치이전엔유일한최고의 감독 플립옹도 생각이 나고, 또 로터리 추첨과 드래프트 데이 사이 한달 동안 얘 대신 오카포 뽑을까봐 조마조마하던 시기도 생각나고 말이죠.
부정 탈까봐 왠만하면 시리즈 중에는 글 안 쓰려고 했는데 오늘 붕어는 진짜 참기 힘드네요 크크크크
결론은 붕어야 너 잘 하니깐 내가 너무너무너무 좋다! 플레이오프 끝날 때까지 계속 잘 하자!
사실 미네소타 팬이자 아스날팬인 전 오늘 이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콘리의 스틸 이후 이어진 앤트의 쇼타임 직후 장면인데 대충 20년전쯤 앙리의 WHL 세레머니가 생각나는 장면이었습니다. 크크
사족) 오늘 경기전 고베어의 결장이 결정되자 아레나스가 이걸 깠던데, 라커룸에 총 들고 온 양반이 저딴 소리할 자격이 있나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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