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로 “낮게”, 오승환 긴장 푼 몰리나

일산호수공터        작성일 05-08        조회 3,575     

[OSEN=세인트루이스(미국 미주리주), 조인식 기자] 명포수 야디에르 몰리나(34)가 말 한 마디로 오승환(34, 이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긴장감을 풀어줬다. 결과는 추가 실점 없는 이닝 종료였다.

오승환은 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에서 팀이 3-2로 앞서던 7회초 1사 3루에 등판했다. 첫 타자 맷 조이스를 1루 땅볼 유도한 뒤 3루 주자 조시 해리슨을 잡아낸 그는 이어진 2사 2루에서 존 제이소에게 중전 적시타, 앤드루 매커친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하지만 그레고리 폴랑코를 2루 땅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적시타를 허용하기는 했으나 이는 오승환 앞에서 던진 선발 애덤 웨인라이트의 자책점이 됐다. 3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간 그는 ⅔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자신의 평균자책점을 1.65까지 끌어내렸다. 첫 블론세이브였지만 자신만의 탓은 아니었다.

경기 후 그는 “3-2로 리드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동점을 준 것이 아쉽다. 2아웃을 잡고 나서 점수를 줬는데 웨인라이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소감과 함께 자책점을 떠안은 선발투수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동점 후 매커친까지 볼넷으로 내보내 2사 1, 2루가 된 것이 이날 오승환에게는 가장 큰 위기였지만, 볼넷 후 포수 몰리나가 재치 있게 마운드에 올라와 흐름을 끊어준 것이 위기 탈출의 열쇠가 됐다. 당시를 돌아본 오승환은 “(매커친 타석에서) 전부 빠른 공 사인이 났다. 제구가 되지 않아서 볼넷이 됐는데, 결과적으로 (몰리나가 올라온 것이) 도움이 됐다. 역시 침착하고 좋은 포수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묻자 그는 “(몰리나가) 한국말로 “낮게, 낮게”라고 해서 웃음이 나왔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잠시 했던 적이 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을 줄은 물랐다“고 덧붙였다. 특급 포수 몰리나의 영리함과 더불어 기민한 임기응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팀이 9회말 맷 카펜터의 끝내기 투런홈런을 앞세워 6-4로 승리한 것은 개인적으로도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오승환은 “나 역시도 마운드에서 아쉬웠지만, 점수를 준 뒤 동점에서라도 막고 싶었다. 어려운 경기를 이기는 것을 보며 좋은 팀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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